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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변기마저 좁은 제주 골프장 우리들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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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날씨 정말 끝내준다.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이 많이 남았지만 낮에는 반팔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매일 쨍한 날씨다. 서귀포는 벚꽃도 만개해서 이번 주가 벚꽃구경 절정일 듯. 

 

며칠 전 싱글들의 무덤이자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 다 좌절한다는 우리들 CC를 다녀왔다. 악명만 들었지 쳐볼 기회가 없었던 구장인데 그린피+카트비 합쳐서 105,000원이라는 혜자스러운 할인 혜택을 받고 재미나게 치고 왔다.

[ 한 줄 요약. 재방문해서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치면 정말 재미있는 코스일 것 같다는 게 결론]

<우리들cc 남자화장실 소변기>

우리들CC는 좁고 어렵기로 소문났다. 아마도 도내 30개 코스 중에 제일 어렵지 않을까 하는 평가가 있다. 여기 가본 무용담을 듣다 보면 

비싼 돈 내고 왜 스트레스받으러 가?

 

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지만 악명이 높은만큼 나 같은 매너리즘에 빠진 골퍼들에게 긴장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구장이었다. 아침 일찍 티 오프라 김밥 한 줄 먹고 산록도로를 따라 우리들 CC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춥다. 

 

우리들CC는 18홀로 북(North) 코스와 남(South) 코스로 나눠져 있고 페어웨이는 밴트 그래스와 캔터키 블루 혼용되어 있는 양잔디다. 대회가 열리는 구장이고 한라산 능선에 잭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기에 기대 많이 했는데 코스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캐디 말로는 요즘 80팀 받는 다는데 18홀로 라이트 없이 80팀을 받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 어려운 코스에서 임자 만나면 엄청 밀리면서 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코스다. 

 

북코스에서 시작한 라운딩이 처음부터 쓴맛이다. 아마도 우리들CC를 예약할 때 남코스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예약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그날 스코어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시작이 북코스라면 1번 홀 PAR5부터 티박스에 서서 페어웨이 어디다 쳐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드라이버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흘러서 갈대밭 쪽으로 흘러간다. 

 

홈페이지 사진에 보이는 저 넓어 보이는 곳도 왼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페이드 구사가 가능하거나 장타자는 짧은 몽둥이가 시작에 도움이 될 듯하다. 

<북코스 1번홀 Par5 - 우리들골프리조트 홈페이지 발췌>

첫 홀부터 쓴맛을 보고 사진이고 뭐고 카트앞에 달려있는 코스 맵 보고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시키고 세컨샷 잘 맞아도 안심할 때까 아니다. 그린은 지진으로 땅이 밀린 것처럼 구겨져 있고 불에 올라간 오징어처럼 뒤틀려 있다. 길게 치면 에누리 없는 홀도 있어서 매홀 핀 하이 보다 그린 온을 목표로 핀보다 짧게 치는 게 좋을 듯하다. 

 

벙커는 생각보다 고운 모레를 사용해서 탈출이 어렵지 않다. 페어웨이 주변에 갈대숲은 들어가면 무조건 벌타다. 볼을 찾는다고 해도 갈대가 얼마나 억센지 샤프트를 줄줄이 꼽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우리들CC에서 내려다보는 서귀포 시내>
<티박스나 페어웨이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꼬 경치나 즐기자>
<우리들CC - 한라산이 다 했다>

예전에 골프 열심히 칠 때 다른 골프장 18홀 전체에 대해 티샷, 세컨, 그린으로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들 골프리조트는 그럴 겨를이 없다. 매샷 클럽 선택 고민해야 하고 방향성 없는 제주바람에 타이트한 라이까지 정말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100점 만점을 넘어 110점도 맞을 수 있는 골프장이다. 온그린도 온그린이 아닌지라 퍼팅하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엔 PAR5 연속 두 개가 오르막이라 이미 지친 골린이들 헥헥 대면서 마무리하게 만든다. 아마 12년 내 골프 역사상 18홀에 인사 안 하고 끝난 구장 처음인 듯싶다. 다들 이미 카트로 가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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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린이나 하이핸디 캐퍼들이 우리들CC, 우리들골프리조트 라운딩 시 신경 써야 할 점.

 

  • 티샷

    - 캐리 230m 이상 장타자라면 질러가는 꾐에 넘어가는 홀이 많다.
    스코어를 지키려면 티샷은 무조건 페어웨이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우드, 유틸 심하게는 4.5번 아이언을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나 런이 많은 펀치샷 스타일이면 더더욱 드라이버 티샷만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 

  • 세컨샷, 서드샷

    - 라이가 매우 타이트(잔디 특성상 바짝 깎아놓았음) 하므로 볼 컨택에 최대한 집중해서 치자. 
    - 양잔디 지만 디봇이 얇게 생기는 스타일이라서 바닥이 딱딱한 연습장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 카트 정면에 있는 태블릿 맵을 참조 해서 꼭 핀 위치와 그린 생김새를 보고 치자.
    - 그린 뒤편으로 여유가 아예 없는 홀들이 많아서 중앙이나 조금 짧게 가는 것도 추천한다. 

  • 그린플레이

    - 생각보다 한라산 라이 영향을 덜 받는 구장이긴 하나 캐디에게 오르막 내리막을 꼭 확인하자. 
    - 구겨져 있는 그린에 화내지 말자. 

볼을 여유 있게 챙겨가는 게 좋음.

 

준비한 볼 한 줄(3개) 잊어먹고 자연산 주워서 마무리했는데 볼은 가능하면 많이 가져가는 걸 추천하고 골린이라면 10개 이상 20개 정도까지 준비해야 하는 구장임. 

 

우리들CC라운딩을 마치고 동반자들과 식사하면서 당분가 부킹 문자 보내지 말라고 했다. 제주 골프 라운딩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맘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매우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좋은 날씨에 재밌는 사람들과 즐겁게 다녀온 우리들CC, 다음에 가면 전략적으로 잘 쳐보고 싶은 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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