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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는 지금 고사리장마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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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는 습도가 매우 높다. 내가 사는 서귀포는 맑았다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비 오다가 안개 잔뜩 끼는 매우 습한 날이 계속되고 있어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끈적끈적하다. 제습기라도 돌려야지 그냥 있으면 마룻바닥에 발바닥이 쩍쩍 붙는 느낌 들어서 전기요금 걱정되지만 제습기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요즘 보통 실내습도가 이렇다>

4월 5월 흐린고 비 오는 날이 지속되는 지금 시즌을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4월인데 날씨가 좋지 않아 관광객들은 불편하겠지만 도민들은 고사리 꺾기가 한창이다. 

 

고사리, 고비같은 양치식물은 습한 환경과 그늘을 좋아하고 꺾으면 꺾을수록 단단해지기 때문에 처음 나온 순을 꺾어야 맛이 부드럽다고 한다. 고사리는 좋아하는 날씨지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유쾌한 계절이 아니다. 

운전할 때 안개끼기가 일수고 베란다에 야채는 푹푹 썩는다. 환기를 위해 창을 열어도 습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더 눅눅해지니까 창을 열기도 마땅치 않다. 

 

제주도로 이사오려면 제습기는 필수

 

이사전 지인이 무조건 제습기는 두대 이상 준비하라는 말이었는데 본격적인 고사리 장마철이 되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빨래는 널어도 쉰내가 나서 세탁은 집에서 하고 건조는 동전 빨래방의 대형건조기로 말리는 방법이 귀찮고 비용 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같다. 

 

변화무쌍한 고사리장마 시즌 날씨에 제주 풍경도 자주 변한다. 2주 전까지 벚꽃이 만개했는데 다 떨어지고 지금은 육지의 초여름처럼 연녹색 이파리들로 옷을 갈아입었다. 

 

<범섬 view>
<범섬 view 2>

습하고 비가 많이 와서 고사리가 쑥쑥 자라다보니 고사리에 홀려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는지 4월은 길 잃음 주의보라는 것도 내린다. 길 잃음 사고(?)라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사고이긴 하지만 일 년에 246건 정도가 생기고 그중에 4~5월에 절반 이상이 생긴다고 하니 예전 군생활할 때 철책에 쓰여 있는 '더덕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간판이 생각나기도 한다. 

 

 

‘길 잃음 사고’ 절반 이상 4~5월 발생…고사리철 주의해야 - 제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는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고사리 채취, 오름과 올레길 탐방 등 야외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30일 ‘봄철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29일 밝혔다.

www.jejunews.com

 

벌써 낮에는 여름을 재촉하는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이다. 겨울 잔당처럼 남아있던 찬공기와 찬 공기를 밀어내려는 따뜻한 공기가 치열하게 싸우다가 더운 공기가 이기면 여름이 오겠지. 시간 참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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